투룸 공동대표 유진과 원진, 서로의 두 번째 방 방문기 투룸매거진 제작 비하인드 & 이방인 라이프 스타일
월간 뉴스레터 <투룸라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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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살다가 최근 함부르크로 이사한 유진과 뉴욕에 살고 있는 원진. 이 두 사람은 투룸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업을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넘어가던 지난 연말, 두 사람은 일주일의 시간차를 두고 서로의 두 번째 방을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뉴욕과 함부르크에서, 그리고 월요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화상회의에서 주고받은 여행에 대한 소회를 투룸라운지에서 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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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독일의 크리스마스 트리
여행 전 갖고 있던
서로의 두 번째 방에 대한 이미지는?
원진: 주변에서 “넌 베를린을 좋아할 것 같아.”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정말 많이 들어서 '대체 내가 좋아할 것 같은 건 뭐지?'라는 의문을 여행 전부터 갖고 있었어요. 베를린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대부분 브루클린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엄청 세련된 곳은 아니지만 힙한 구석이 있는 곳이겠거니 생각했어요. 유진은 뉴욕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유진: 빨리 걸어야 하는 곳이라고 상상했어요. 전 좀 느리게 걷는 편이라 내가 뉴요커들을 화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고.
원진: 뉴욕에서 유진 꽤 잘 걷던데요?
유진: 나름 분발했어요. (웃음) 발걸음 속도보다 놀란 지점은 아무도 신호등 신호를 지키지 않고 길을 막 건넌다는 점이었어요. 확실히 뉴요커들이 마음이 분주하구나, 하고 느낀 지점이었네요.
원진: 그래서인지 저는 독일에서 횡단보도에 서있으면 계속 동공지진을 일으켰던 것 같아요. ‘이 정도면 건너도 되지 않나? 차도 안 오는데…?’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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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뉴욕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서로 살고 있는 도시에 갔을 때
느낀 첫인상은?
유진: 이방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됐달까… 이방인으로 어떤 도시에 존재한다는 게 이 정도로 편안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너무도 다양한 언어가 길에서 들리고, 다양한 얼굴들, 다양한 문화… 베를린도 나름 다문화적인 도시였는데 뉴욕 발끝도 못 따라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원진: 독일에서는 뭐랄까… 들리는 언어가 없어서 좋았어요. 사람들이 비교적 조용히 이야기하고, 일단 사람도 별로 없고요. 고요하고 조용해서 소음적인 측면에서 편안함을 느꼈어요. 베를린도 나름 붐비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말소리가 많이 들리는 경우는 별로 없었고, 함부르크는 완전 공휴일 같았고요.
유진: 아 그리고 뉴욕에서는 하늘을 보기 어려웠어요. 눈앞에 무언가가 늘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 느낌? 돌아오던 날 함부르크 공항에서 집에 가는 길에 집 주변 풍경을 봤는데,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하늘이 보이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반갑더라고요.
원진: 그래서 제가 베를린에 막 도착했을 때 유진한테 보낸 첫 메시지가 “유진이 왜 뉴욕에서 하늘 보기 어렵다고 한 건지 알 것 같아요.”였잖아요.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높은 건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도시가 널찍널찍해서 저 너머의 하늘도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그 널찍널찍함 때문에 걸어도 속도감 있게 풍경이 바뀌지 않아서 걸어 다니기에 좀 버겁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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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3시 16분의 한적한 함부르크 길거리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원진: 역시 크리스마스 마켓! 뉴욕과 다르게 은은한 불빛 장식이 눈에 띄었고 뭐랄까… 화려함 보다는 소박하고 아늑한 바이브가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따뜻한 글뤼바인이 너무 맛있었고요. 뉴욕에 돌아와서 직접 만들어봤을 정도예요.
유진: 저에게 떠오르는 곳은 뉴욕의 백화점과 부시윅이요. 백화점에 물건이 너무너무 많아서 압도되는 느낌이었고, '이 많은 물건들은 대체 다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걱정도 들더라고요. 자본주의의 정점을 목격한 기분? 그리고 원진의 친구들을 만나러 갔던 부시윅이라는 동네는 첫인상이 ‘여긴 뭐지?’였어요. 뭐랄까… 한번 불타버리고 살아남은 도시의 강렬하고 날 것 그 자체의 바이브랄까… 베를린 느낌도 나긴 나는데 좀 더 거칠고 힙의 정점 같은 느낌이었네요.
원진: 그때 우리 같이 같던 부시윅 피자집 입구에서 유진이 깜짝 놀라면서 “이게 피자집이에요?” 했던 거 기억나요.
유진: 자동차 정비소 입구 같았으니까…(웃음) 아, 그리고 재즈 클럽 Smalls를 빼먹을 뻔했네요. 내가 상상했던 뉴욕을 본 곳이었어요. 아이부터 노인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모두 공연을 즐기는 점도 좋았고요. 원진은 또 생각나는 곳 있어요?
원진: 그러고 보니 베를린에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에 갔던 게 생각나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나 흔들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정말 강렬한 장소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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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원진: 길에서 우연히 정혜원 에디터와 만난 것! 혜원이 제 이름을 불러서 돌아본 순간, 보자마자 반가워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도파민이 쫙 올라오는 기분이었네요.
유진: 저는 원진이 함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면서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장면이요. 이제 독일에서 산지 10년이 넘으니까 크리스마스 마켓을 봐도 좀 무덤덤했는데, 원진이 너무나 즐거워하는 걸 보니 새삼스레 그 풍경이 달라 보이더라고요.
원진: 솔직히 독일인들의 크리스마스 사랑이 걱정돼요.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싶고…
유진: 하하!!! 저는 투룸메이트 멤버들과 뉴욕에서 만난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저에게 투룸은 여태껏 만져지지 않는 추상적인 무언가였는데, 멤버들과 만난 이후로 실제하는 구체적인 무언가로 탈바꿈한 것 같아요. 그때 메이트들과 만나서 밥을 먹는데, 솔직히 정신을 못 차렸어요. 너무 기쁘고 벅찬데 내 역할은 해야겠고, 혼란스럽기도 한데 어쩌지? 하면서 반쯤 정신 나간채로 앉아 있었는데, 멤버들이 그런 저를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했죠.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한잔하러 다음 장소로 걸어가는 길에 우산을 나눠 쓰면서 길거리를 걷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원진: 안 그래도 그 이후로 오프라인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잖아요.
유진: 완전 마음이 열렸어요. 이전에 마음이 닫혀있었다기보다는, 아예 생각을 못하고 있었달까요? 올해에는 좀 더 다양한 곳에서 메이트들, 독자들과 만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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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정말 많이 즐거워 했던 원진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원진: 커리 부어스트. 역시 베를린 커리부어스트가 맛있었어요. 소시지보다는 어묵 같은 약간 통통한 질감이고, 소스와의 합이 좋고, 그리고 그 소스에다가 감자튀김을 찍어 먹으면 진짜 맛있더라고요. 감자튀김이 거드는 역할을 하지만 너무너무 잘 거들고요. 독일이 노맛국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별미가 많더라고요.
유진: 저는 이 이야기 수백 번 한 것 같은데…(웃음) Los Tacos에서 먹은 타코요. 진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던 타임스퀘어 골목에, 거기에다 사람으로 꽉 찬 가게였는데… 한 입 먹고 충격적인 맛이라고 생각했어요. 원진이 한 번 더 사다 줘서 너무 행복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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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집을 방문한 소감은?
원진: 유진이 독일식 집투어를 해준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유진: 제 주변 독일인 친구들이 저를 처음 집에 초대하면 집투어를 해주는데, 화장실까지 모든 공간을 다 보여주는 게 신기했거든요. 그래서 한국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면 나름대로의 독일식 집투어를 해줘요.
원진: 청소기랑 세탁기 있는 창고 같은 방까지 보여준 것도 놀라웠어요. (웃음) 집에 온 손님에게 집구경을 시켜준다는 발상이 귀여운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거실이 방처럼 구분되어 있다는 점도 신기했네요.
유진: 실제로 독일에서는 거실을 방 개수에 포함시켜요. 거실이 개방된 아파트도 종종 있지만 단독주택을 제외하면 문으로 거실을 구분한 집이 흔한 것 같아요.
원진: 게다가 화상회의에서만 보던 유진의 오피스를 직접 볼 수 있었네요.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고…
유진: 저도 늘 원진의 배경화면으로 보던 원진네 집 오피스에서 잤잖아요. 원진네 집은 원진의 취향이 돋보인다는 점이 좋았고, 직접 만든 부엌이 무척 아름다웠고… 추억으로 남은 건 시리로만 불을 켜고 끌 수 있다는 점? 시리랑 친해지는데 좀 걸렸지만, 재밌는 경험과 추억이 됐네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원진의 반려견 허블의 골골송을 들으면서 잠들었던 것!
원진: 한 번밖에 못 봤지만 저도 세모강아지 마일로를 본 것 추가할래요. 생각보다 얌전하고 또 포근한… 다음번엔 더 자주 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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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나 시간을 보내며 느낀
서로의 의외였던 부분은?
유진: 일할 때도 솔직한 건 알고 있었는데, 기쁘고 즐거운 감정을 숨김없이 마음껏 드러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네요. 우연히 발견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방방 뛰면서 이리저리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네.’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원진: 사실… 아무리 우리가 사적인 얘기를 주고받아도 결국에는 같이 일을 하는 동료잖아요. 유진이 뉴욕 우리 집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되면서, 둘이 너무 붙어 있는 바람에 우리 관계의 어떤 부분이 달라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한 적도 있어요. 결국 그 걱정이 정말 무색하다고 느꼈지만...
유진: 솔직히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저는 워낙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누구랑 이렇게 붙어 있는 게 남편 외에는 너무 오랜만이기도 했고요. 근데 어떤 부분에서 그 고민이 무색하다고 느꼈어요?
원진: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오면 늘 유진이 아침 일찍 일어나 테이블에 앉아서 할 일을 하고 있었잖아요. 유진이 우리 집을 불편해하지 않고 그냥 알아서 일어나고, 알아서 씻고, 알아서 차를 우려 마시고 있는 게 초대한 입장에서 되게 편했어요.
유진: 저도 원진이 정말 편한 동료라는 걸 다시 알게 됐어요. 일정을 끝내고 둘이서 살짝 지친 채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느꼈던 안도와 편안함에서 그 사실을 깨달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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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의 집 거실에서 보내는 아침
서로의 두 번째 방을 방문하고 난 뒤,
변한 것이 있다면?
유진: 사업 파트너로 원진과 일한 지 2년 여가 되어가는데,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나는 동업자 운이 굉장히 좋다는 걸 알았어요. 일적으로 잘 맞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사적으로도 잘 맞는 건 더 어려운 일이잖아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랑 깊은 인연을 맺으면서 일하는 것에 일종의 불안을 느꼈던 것 같은데, 뭔가 동업자에서 관계가 확장되어 좋은 동생이 생긴 것 같기도 했어요.
원진: 영광이네요. 절 생각하면서 그런 말을 해줘서.
유진: 투룸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도, 원진과 어떻게든 인연을 맺었을 것 같아요.
원진: 저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이 관계는 어때야 되고, 저 관계는 어때야 한다는 관계의 틀을 늘 염두했던 것 같아요. 근데 요즘은 모든 관계를 유동적으로 보게 됐어요. 사람 사이에 지켜야 될 선은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확실한 바운더리를 그어서 정의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달까요. 일을 할 때도 우리 둘은 꽤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적인 얘기를 했을 때도 대화가 무척 잘 통해서 신기했거든요.
유진: 맞아… 원진은 디자이너가 됐다가, 동업자가 됐다가, 친한 동생이 될 수 있고 나도 원진에게 동업자였다가, 좋은 언니가 될 수도 있는 그런 관계가 된 것 같네요. 종종 우리가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데, 결국 서로의 다른 점을 재밌어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동료를 넘어선 친구도 될 수 있는지도요.
원진: 아까 유진이 투룸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도 어떻게든 만났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잖아요. 그런데 우리 둘 다 집에만 있어서 그렇게 됐을지는 모르겠네요. (웃음)
유진: 아마 어딘가에서 온라인 친구가 되어 비슷한 대화를 했을지도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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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매거진 1차 완성본을 검수한
투룸 에디터들의 남긴 49호 콘텐츠 코멘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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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각자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가 예술 활동을 이어가려는 사람,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새롭게 도전하려는 사람, 혹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 등 각자의 선택은 모두 다르다. 이런 다양한 방향 속에서 나 역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처음 독일로 올 때 했던 다짐처럼, 여전히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나만의 길을 찾고 싶다는 것!
우수빈 에디터, 브레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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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살면 언어가 매우 중요해 지지만, 나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언어는 더 이상 큰 장벽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이 글은 언어가 가진 그런 따뜻한 모순을 짚어낸다. 시윤 에디터의 친정어머니가 시어머니께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을 났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런 따뜻함을 나눌 수 있다니, 세상이 좀 더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하경 에디터, 보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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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지만 지금까지 언급하기를 기피해 온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투룸매거진에 싣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이수진 에디터의 연재에세이 <몸의 여정>의 에필로그 원고를 보고 마음속에 차오른 반가움은 아마 그 이유일 것이다. 유산과 시험관 시술에 대한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내는데, 난임이라는 현실을 여행과 연결짓다가 결국 생명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이 같은 여성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차유진 편집장, 함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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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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