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마흔 한 번째 레터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투룸 편집장 차유진입니다. 돌아오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투룸라운지 임시휴업기간(4월~7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투룸매거진과 함께하는 사람들과 처음 실제로 만난 일이었어요. 1년 넘게 동업자로 함께하고 있는 원진과 투룸 iOS앱 개발자 D,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은지, 소정, 서진 에디터, 도쿄여행 중 잠시 만난 시윤 에디터,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수림 디자이너와 만나 서로 반가워하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몇 년간 컴퓨터 화면에서만 만난 이들과 한 공간에서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건 무척 두근거리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하루는 공유 오피스 미팅룸에 모여
제법 회사스러운? 기획미팅을 했답니다.
투룸매거진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은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를 이뤘습니다. 저마다의 삶을 살지만 그 일부를 투룸매거진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고, 앱 개발을 하는데에 씁니다. 그 일이 재밌고 함께하는 경험이 즐겁다는 이유로요. 우리 사이에 놓인 물리적 거리가 몹시 아쉬울 때도 있지만, 같은 비전과 목표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그 거리를 바짝 좁히기도 합니다. 망원동 거리에서 앞서가던 소정에디터가 뒤돌아 웃으며 “베를린 사는 유진도, 뉴욕 사는 원진도 경의 중앙선을 타고 쭉 가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경의 중앙선을 타고 만날 수 있는 정도의 거리. 그 정도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에디터들과 함께한 우당탕탕 기념사진 촬영
연애, 공부, 일...
이방인의 크고 작은 근심과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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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일하면서 살고 싶어서 수많은 면접을 본 뒤 결국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영주권을 얻으려면 더 오래 다녀야하는데, 하는 일의 레벨도 올라가고 책임감이 커져 매 순간 압박을 느낍니다. 외국인으로서 한 회사에 비자로 얽혀있는 삶, 다들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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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간이 지나면 이 시기가 끝나 있을 거라는 게 희망이 됐어요. 30대가 지나고 세월이 흐르는 게, 나이가 드는 게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너무 신났어요! 그 또한 영주권을 기다리는 이들만 누릴 수 있는 "나이 들어도 좋아! 시간 지나서 좋아!"라고 생각해요.
캐나다 에드먼턴, 펫호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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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해 주신 감정에 무척 공감돼요. 드디어 원하던 회사에 취직했는데 상상만큼 회사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했거든요. 아직 영주권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취직을 하는 건 무리수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자는 마음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영주권을 가지고 살고 있는 지금, 그때를 떠올려 보면 꾸역꾸역 산 3년이었지만 나름대로 성장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3년이 지나 영주권 신청을 하고 새로운 회사에 이직을 하는 과정이 무척 신났던 기억이 나요. 이 기쁨을 꼭 누리실 수 있길 바라며 응원을 보내요!
얼마 전에 독일 밤베르크에 다녀왔습니다. 훈연 맥주(Rauchbier)가 지역 특산품인 이곳에서 사람들이 맥주에 얼마나 열광적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아침부터 ‘모닝 맥주’를 주문하는 사람들, 양조장이 있는 골목에서 맥주 한 잔씩 손에 들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보니 저도 훈연 맥주의 맛이 궁금해졌습니다. 공원의 매점에서 한 병, 전통 브루어리에서 생맥주로 한 잔씩 두 번 마셔 보았어요. 맥아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스며든 참나무 향 때문에 오크통에서 잘 숙성된 위스키가 떠오르기도 했고, 그 분위기를 닮은 향수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아주 황홀했습니다. 체리 목재를 사용하여 훈연 향을 입힌 맥주, 오리나무 목재가 사용되어 알싸한 맛을 더 강조한 맥주 등 목재에 따라 다른 향과 독특한 풍미가 만들어진다고 해요. 맛의 매력을 알고나니 아침에 훈연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는 사람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