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전히 동남아를 떠돌고 있는 미지수 에디터입니다. 엄청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여행은 아니지만 저에게 새로운 맛과 식감의 경험은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삼일 이상 먹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있더라고요. 명상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런던에 살 때 정말 맛있는 팟타이를 파는 식당을 발견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감동적인 맛을 경험하면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런던에 있는 모든 친구와 동료들부터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까지 제가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은 다 데려갔던 것 같네요. (다행히 다들 맛있다고 했습니다) 아아! 여행 중 최고 맛집을 찾는 건 즐겁고도 아쉬운 일입니다.
카오쏘이(Khao Soi)
팟타이나 솜땀(파파야 샐러드)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카오쏘이(Khao Soi)라는 태국 북부 음식이 있습니다. 카오쏘이는 구불구불하게 튀겨낸 노란색 면을 올린 카레 국수로, 파는 곳마다 면의 모양이나 카레 국물의 색과 점도, 맛까지 천차만별입니다. 대부분 카오쏘이의 노란색 면은 닭알이 들어간 에그누들이기 때문에 비건 식당이 아닌 곳에 가서 비건으로 주문하면 튀긴 면을 빼고 쌀면으로 바꾼 카레 국수를 주는데, 카오쏘이의 핵심은 튀긴 면이기 때문에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듭니다.
치앙마이의 카오쏘이는 바르셀로나의 빠에야만큼 흔한데요, 입맛이 까다로운 요리사 친구에게 인정받은 카오쏘이를 맛보러 굿소울키친(Goodsouls Kitchen)으로 향했습니다. 열대식물로 꾸민 서양식의 모던한 인테리어에 태국 음식부터 서양 음식, 음료와 디저트까지 아우르는 메뉴 때문인지 테이블은 만석에 가까웠고,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메뉴를 한번 훑어본 다음 고민 없이 카오쏘이를 주문했습니다.
튀긴 면이 올라간 큼직한 카레 국수 그릇 옆에 채 썬 양배추, 양파, 피클과 라임 조각이 담긴 작은 접시가 따라 나오는데요, 함께 나온 야채를 국수 그릇에 옮겨 담고 대충 버무렸습니다. 묽은 카레 국물에 적신 눅눅한 듯 바삭한 튀긴 면, 고소하고 말랑한 버섯이 가득한, 어쩌면 느끼할 수도 있었을 요리에 아삭하게 씹히는 새콤한 배추 피클과 청량한 생양파가 시원함을 더해주어 다양한 맛과 식감이 어우러지는 재미에 빠져버렸습니다.
치앙마이를 떠난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데요, 혹시 이곳에 가게 된다면 꼭 케이크를 맛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나름 북미와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고 자부하는데, 이 집 초콜릿케이크는 케이크의 고향인 서양의 맛이 부럽지 않습니다. 적당히 단단하고 부드럽고 촉촉한 시트에 꾸덕한 크림이 마치 굿소울의 와이파이 비밀번호 같이 천국의(heavenly) 맛이라고나 할까요?
Goodsouls Kitchen - Vegan Café & Restaurant
52 Sinharat Rd Lane 3,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
Reform Kafé - Vegan Garden Restaurant
(굿소울의 자매식당)
1 4 Sri Poom Rd, Tambon Si Phum,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