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반이 지나갔다. 어느덧 6월 프라이드 먼스를 맞이했다는 의미이다. 파리에서는 퀴어 프라이드가 열리는 상반기에 다양한 미술관에서 퀴어를 테마로 한 기획 전시들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전시는 새로운 기획전이 시작되는 2월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인 6월 이전에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올해 파리에서 인상 깊게 본 LGBTQIA+테마 전시 두 곳을 소개한다.
지난 3월, 사진 중심의 전시를 진행하는 MEP (Maison Européenne de la Photographie)에서 열렸던 <Zanele Muholi> 전을 방문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액티비스트이자 퀴어 사진작가인 Zanele Muholi는 LGBTQIA+ 커뮤니티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MEP에서 열린 회고전이 프랑스 내에서는 소개되는 첫 개인전이라고 했다.
일차적으로는 사진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인물과 남아프리카 전통문화나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을 모티브로 해서 찍은 사진들의 의미는 물론, 인종차별적인 클리셰와 퀴어로서 받는 차별이 어떻게 교차될 수 있는지 풀어낸 방식이 흥미로웠다. 부끄럽게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이 90년대 후반까지도 시행되었다는 사실을 전시를 보기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전시 중 단연 울림이 컸던 부분은 남아공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퀴어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설치 작업이었다. 예술 퍼포먼스 전공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아가는 레즈비언 교수, 액티비스트로 활동하며 가족과 갈등을 겪은 논 바이너리, 남편과 이혼 후 현재의 아내와 만나 행복하다는 여성. 어떤 이는 유쾌하게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눈물을 닦기도 했고, 누군가는 꽤나 담담하게 대화하듯이, 누군가는 남아공의 사회와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굳센 목소리로 의견을 전달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도, 사회, 종교적인 이유로 차별을 받는 퀴어들의 가장 개인적인 증언이 전달된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전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각 퀴어들이 자신의 지금까지 삶을 쭉 적어 놓은 글이 있었다. 그들이 상처받았을 대목에서 같이 상처를 느끼고, 그들이 안정을 찾았을 때 같이 안도할 수 있는 전시였다. 말할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어쩌면 예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점진적인 행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작년 어느 날, 일을 하던 중 동료가 기쁨을 머금고 외쳤다. 치료제가 생겨나 약 복용시에는 전염성이 없어지는 시기를 지나 어느새 영구적인 치료법에 한걸음 가까워진 시대가 도래했다.
파리에서 유달리 자주 찾게 되는 현대미술관 Palais de Tokyo에서 진행된 <Exposé.es>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역사적, 사회적으로 변화해 왔는지, 에이즈가 아티스트들의 작품 형태에 미친 영향을 광범위한 작품들과 작가들의 목소리를 빌려 보여준다.
에이즈를 떠올렸을 때 먼저 생각나는 Félix González-Torres의 작품은 물론, 영상, 드로잉, 퀼팅, 사진, 사운드 설치, 편지 등 다양한 국가의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에이즈라는 병을 풀어냈고 겪어냈는지 볼 수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 동성혼과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도에서 제외되고 배제되는 이들을 떠올린다. Pride라는 단어는 슬퍼하기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자랑스럽게 축하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Happy Pride mon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