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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재영
파리에서 8년째 살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라고 자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진과 함께 투룸라디오 진행을 맡고 있어요. 요즘은 “많이 듣고, 많은 사연을 부탁드려요.”라고 이야기하는 자아도 생겼답니다!
진
파리의 철학도와 직장인, 그 경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전진입니다. ‘시롱새’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장래희망은 무림고수라고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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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매거진이 창간한 해에 진은 창간호 인터뷰이로,
재영은 3호에서 불란서의 딸들로 참여했다.
진은 작년에 이방인으로서의 다양한 자아를 담은
에세이 <하나이자 여럿인>을 연재하기도 했었고…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투룸매거진의
후속 채널인 투룸라디오와 연결된 소감은?
재영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공감대 덕분이었을까요? 처음 투룸매거진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 ‘아, 우리의 인연이 생각보다 길게 지속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당시 초기 시작단계였던 투룸이 제가 파리에서 학업을 끝내는 동안 훌쩍 성장해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을 해주시는 것을 보고 감사하기도, 든든하기도 했습니다. 잘 버텨 볼, 노력해 볼 용기가 생겼달까요.
진
당시 책 『소르본 철학 수업』 이후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창작 이외의 활동을 맡게 된 것은 처음이라 인터뷰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점이 참 감사했습니다. 특히 유진 편집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 안의 열어젖혀지기만을 기다리던 부분이 활짝 벌어진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 이후 투룸매거진에 에세이를 연재하면서도 유진님께 얘기하는 상상을 자주 했어요. 좋은 독자, 탁월한 청자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잖아요. 투룸매거진을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먼저 들어주시는 팟캐스트라면 예상하지 못했던 멋진 대화를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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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진 대표가 처음 투룸라디오 협업을
제안했을 때 어땠나?
재영
이야기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기도 했고, 진이와는 워낙 절대로 입을 닫지 않는 사이어서 특별히 부담이나 압박은 없었지만, 첫 타자로 저희를 골라주신 점에서 조금 놀랐어요. ‘짝사랑이 아니었구나!’ 하고요. (웃음) 가끔 저희가 올렸던 콘텐츠에서 보인 발랄함을 좋게 봐주셨단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해오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진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요즘이다 보니 처음으로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저도 꽤 에너지가 많은 사람인데도 자주 기우뚱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재영과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이라는 점에서 해보고 싶어 졌어요. 재영과 함께 꾸준히 무언가를 해보려면 제삼자인 투룸매거진으로부터 오는 책임감에 기댈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재영과 투룸, 이중의 약속을 지켜보자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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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라운지의 첫 번째 시즌 유럽 편을 맡게 됐는데, 스타트를 끊는다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재영
유진 님과 처음 회의를 할 때 저희가 선택된 이유를 듣고, 원하시는 그림에 대해 바로 이해하게 됐어요. 첫 시즌은 아무래도 기준과 틀이 생겨나가는, 실수가 많을 수 있는 시기다 보니 우리 모두 최소한의 기준과 최대한으로 열린 마인드로 콘텐츠에 접근하기로 했어요. 팟캐스트도 장비나, 편집 프로그램 등 고려할 점들이 존재하지만, 준비에 지치고 걱정에 늦어질 바에는 그냥 “저희가 샘플로 에피소드 하나를 녹음해서 보내드릴게요!”라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잘리면 어떡하지? 하며 잠깐 걱정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안 잘렸어요!(농담)
진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음성 매체로서의 콘텐츠 제작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됐어요. 재영과 함께 사석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건 맞는데, 과연 불특정 다수의 청자를 고려하면서도 재밌는 이야기를 해낼 수 있을까 하고요. 그래서 첫 에피소드를 다시 들어보면 잔뜩 힘 준 목소리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재영에 집중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청자에게도 집중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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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라디오라는 서비스를 통해 투룸매거진과
협업하는 일은 어떤가?
재영
제가 투룸매거진과 유진 님으로부터 가지는 좋은 인상 중 하나가 일을 정말 효율적으로 해나가신다는 점이에요.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초반에 비해 점점 지쳐가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노력과 성취감의 균형이 맞지 않아 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투룸매거진 팀은 양질의 콘텐츠뿐 아니라 일을 진행하는 데에 균형도 잘 잡혀있는, 좋은 팀이라고 느꼈어요.
진
작년 에세이를 기고할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이 느껴져요. 제 자신 - 재영 - 매거진 제작자분들 - 독자분들, 이렇게 총 넷의 관계가 맞물리는 과정 같아서요. 그만큼 팟캐스트 결과에 더 기뻐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녹음본이 올라갔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청취 분석 결과를 보며 “더 좋은 콘텐츠,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다짐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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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개하면서 청취자와
미묘하게 연결되고 그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게
됐는데, 이 경험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재영
제가 최근에 만난 어떤 분이 투룸라디오 잘 들었다고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새삼 투룸매거진의 파급력을 몸소 느끼게 되었죠. 사실 진이와 처음 녹음할 때는 청취자가 우리 방송을 듣는 상황을 잘 상상할 수 없었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의 사연을 받으면서, 청취자 분들과 더 가깝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되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분이 신기하기도 했고요. 아직까지는 신나게 탐험하고 있는 영역의 감정이랍니다!
진
최근 미국에서 거주하시는 청취자분을 파리에서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책 출간 이후로 큰 격려가 되는 말씀을 건네주곤 하셨던 분이에요. 그분께서 팟캐스트 2화에서 했던 음식 이야기를 상기시켜 주셨는데, ‘이전에 썼던 글’이 아닌 ‘이전에 발화했던 이야기’를 타인을 통해 다시 듣는 일이 생소하기도 하면서 기분 좋은 간질거림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음성매체가 주는 플래시 백은 글과 참 다른 것 같아요. 그만큼 청취자분들의 피드백이 참 감사한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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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투룸라디오에서 어떤 시도를 해보고 싶은지?
재영
아직은 진이와 단 둘이 진행하고 있지만 초대 손님을 불러보고 싶어요! 에피소드별 주제가 있을 테고, 그 주제에 맞는 전문가가 아닌, 유사 혹은 가짜 전문가를 초대해서 그 이유와 함께 이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웃음)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면 좋을 것 같아서, 사연 코너도 더 늘리고 싶어요.
진
해외 거주민들의 팟캐스트인 만큼 현재 살고 있는 국가의 언어로 발화해보고 싶은 욕심이 납니다. 프랑스에서의 불어화자로서의 저도 팟캐스트 화자의 일부니까요. 그런 파편을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도 팟캐스트라는 기회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통역이 필요하겠지만요. 재영과 불어-한국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재밌겠네요. 청취자들에게 어떻게 들릴지도 궁금하고요.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 화자들과 함께해도 흥미롭겠네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에서 다양한 언어 화자들을 연극에 올리는 대목이 생각나는 상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