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매거진 13호에 수록된 그림 에세이
에디터의 그림 에세이
이방인의 도시,
뉴욕이 품은 다양성
글 / 그림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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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을 선물로 사려고 소호Soho의 한 서점에 갔다. 아기자기한 서점의 문을 열고 요리책 코너로 가자 신기하게도 카테고리가 국가별로 세세하게 나뉘어 있었다. 흔한 미국, 유럽, 아시아 분류에서 끝나지 않고 프렌치, 이탈리안, 지중해, 포르투갈/스페인, 아이슬란드, 아이리시, 잉글리시, 중동, 유대인, 아메리칸, 라틴아메리칸, 캐리비안, 아프리칸, 코리안, 재패니즈, 차이니즈, 타이, 베트남, 그리고 물론 베지테리언과 비건 카테고리까지 있었다. 마치 뉴욕에 사는 모든 국적과 인종을 이 책장 안에 모아놓겠다!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렇다면 여기가 한국의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이냐 하면은, 실은 도시 전체에 서너 곳의 지점만 있는 로컬 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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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히 분류되어있는 요리책 코너를 보니 뉴욕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다양한 정체성을 품은 곳인지 새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전 세계가 한 도시 안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도,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매일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어떤 사람일까, 뉴욕에서 태어난 사람일까?’ 하는 오지랖 넓은 궁금증을 갖게 되지만, 대화를 하기 전에는 섣불리 추측할 수가 없다. 출근길에 잠깐 지하철만 타더라도 그 안에 수십 가지 국적과 언어가 있을 텐데, 그저 천천히 걸으면 관광객, 경보로 걸어 다니면 뉴욕 주민이겠거니 정도의 구분만 가능하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의 동료들의 출신(ethnicity;민족 문화적 출신)만 해도 열 가지가 넘어서 누구 하나 겹친다면 신기해하고 반가워할 정도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정체성을 겉으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뉴욕의 패션이 주목받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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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뉴욕을 가장 뉴욕답게, 가장 매력적이게 만드는 이유를 하나만 뽑으라면 단연코 그 다양성을 포용한 결과인 동네neighborhood들이다. 뉴욕은 다섯 곳의 행정구역(5 Boroughs:Manhattan, Brooklyn, Queens, Bronx, Staten Island)으로 나뉘는데, 그 구석구석에 특정 나라의 이름을 딴 동네들이 있고,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더라도 5개의 구역마다 신기하게도 특정 인종이나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퀸즈Queens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스페인어, 중국어, 그 밖의 인도어, 한국어라고 명명되어있을 정도다. 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출근길과 퇴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며 섞이고, 언제나 공사 중인 거리를 거닐고, 그러다 식사 때에는 각자의 정체성을 만든 음식을 나눠먹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문화를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 변형되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하지만 그 또한 뉴욕다운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떤 문화의 음식을 받아들일 줄 아느냐에 따라 그 문화에 대한 포용성도 따라오는 것 같은 아주 원초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다. 뉴욕의 레스토랑들은 문화 교류와 화합의 장을 만드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뉴욕만의 독특하고 오래된 이민의 역사가 있는데, 이스트 할렘에 위치한 뮤지엄 오브 시티 오브 뉴욕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하지만, 언젠가 얘기해 볼 기회가 있을 것을 기대해본다.
누군가와 친해지면서 그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한 사람이 가진 정체성을 세세하게 물어봐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한 이 행위가, 얼마나 오래된 존중과 세심한 배려의 결과인지 문득 감동할 때가 있다. 100명 중 100명이 다 다르니, 오히려 나도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뉴욕에서는 오늘도, 내일도, 집을 나서며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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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취향
투룸매거진 에디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함께하고 있는 김은지 에디터의 글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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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에서 이방인이 되다.>
뉴욕에 거주하던 김은지 에디터가 한국으로 귀국해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은 역문화 충격에 대해 다룬 에세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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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매거진의
새로운 소식⚡
투룸라디오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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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살고 있는 이방인들의 일상 이모저모를 담을 예정인 투룸라디오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 시즌1에서는 투룸 DJ 전진과 재영이 유럽 지역에 살고 있는 이방인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유럽의 겨울을 견딘 당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에서는 길고 혹독한 유럽의 겨울을 견뎌내는 투룸인들의 사연들을 담았습니다.
[청취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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