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매드랜드>는 처음으로 영화나 드라마 속 사운드트랙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음악만 들었을 때 어떤 곡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곡이, 영화 속 주인공인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이 캐러밴에서 혼자 이 노래를 쓸쓸하게 듣고 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네바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아름답게 슬프고, 정처 없이 떠돌 수밖에 없는 펀의 고독함이 극대화된다.
영화 음악의 매력은 생경함에 있다. <우리의 20세기> 속 Roger Neill의 곡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듯한 착각을 준다. 어둠과 정적 속에서 빛나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영상과 음악이 시작되던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게 해준다. 1979년 여름, 미국 산타 바바라를 배경으로 주인공 도로시(아네트 베닝)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존에 있던 팝송을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듣게 됐던 사운드트랙은 영화 <레이디 버드> 앨범이 유일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레이디 버드가 사춘기 시절 겪게 되는 일상 속의 모녀간 갈등, 연애관이 확립되지 않은 시절, 관계에 서툴어 생겼던 혼란을 풀어낸다. 곡을 듣다 보면, 아무것도 알지 못해 솔직할 수 있었던 그때 그 시기로 돌아가는 듯하다.
모두에게 익숙할 수 있는 곡이 영화 속 장면과 맞물리며 새로운 서사로 덧입혀진다. 영화 <캐롤>에서 사용된 재즈 음악은 영화를 보기 전과 후로 그 인상이 달라진다.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테레즈(루니 마라)와 캐롤 (케이트 블란쳇)의 예민하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에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긴장감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기존 재즈 음악을 활용해서 겨울, 50년대의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린다.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오프닝 장면과 사운드트랙은 작년 한 해 가장 인상적인 영화의 첫 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설정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영화 속 이야기를 가장 잘 닮아 있는 사운드트랙이다. 에블린 (양자경)과 그의 딸 조이 (스테파니 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한번에 풀어나가겠단 의지를 보여주는 듯한 곡 전개가 매력적이다.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다뤄진 모녀 관계와 여성 서사, 이방인 서사에 대해 감상을 나눈 토크 콘텐츠를 투룸매거진 27호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